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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여행]가을~ 재즈를 맛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염이야 2018. 10. 14. 21:09

따가운 햇살, 일교차 큰 날씨지만 그래도 가을이 오면 늘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든다. 

그래서, 임신 5개월 차의 아내와 떠나온 곳, 몇 년 동안 간다 간다 계획만 잡아놨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다. 우리는 10월 13일 둘째날에 갔는데, 재즈 아일랜드에서 하는 유료 공연 시간 가까이 도착하는 바람에 페스티벌 라운지에서 펼쳐진 무료 공연은 아쉽게 보지 못 했다.

(참고로, 여유 있게 재즈 페스티벌을 즐기려면 일찍 출발하는 걸 권한다. 주차 문제, 무료 공연 관람 등을 고려할 때..)

첫 번째 팀, '콜랑 발롱 트리오(Colin Vallon Trio)'. '콜랑 발롱 트리오는 2011년 [Rruga]로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ECM의 차세대 연주자로 자리잡았다. 현재 베이시스트 Patrice Moret, 드러머 Julian Sartorius가 함께 하며 [Le Vent](2014), [Danse](2017)를 발표했다.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이들의 음악은 여백과 환경이 모두 음악이 된다.'

16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들의 공연,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은 밝은 낮이라, 재즈임에도 스타일이 낯설고 추상적이라 난 깊이 집중하긴 힘들었지만, 뭐 그래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돗자리 위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기분은 끝내줬다. 

'콜랑 발롱 트리오'의 공연이 끝나고 서서히 노을이 깔리기 시작했다. 찬 바람도 불고.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한 팁 몇 가지

1. 밤이 되면 추워지는 만큼 담요 등의 방한용품을 준비하세요.

2. 오랫 동안 앉아 있으면 힘드니까 등받이 준비를..

(재즈 아일랜드 내 마트, 편의점에서도 판매합니다.)

3. 2018년부터 유리병, 배달 음식 등은 반입이 안 된다 하네요.

(재즈 아일랜드 출입할 때 간단한 짐검사를 하더군요.) 

4. 재즈 아일랜드 내에 먹거리 판매소가 많지만, 돈을 절약하고 싶다면 도시락을 싸 오는 것이..ㅎ

어느새 초승달이 뜨고, 17:40분부터 두 번째 팀 '닉 베르취's 로닌(Nik Bartsch's Ronin)'의 공연이 시작됐다. 

'2001년 결성한 젠 훵크(Zen-Funk) 퀄텟 닉 베르취's 로닌은 피아스트 닉 베르취를 필두로 클라리넷 연주자 Sha, 드러머 Kaspar Rast, 베이시스트 Thomy Jordi가 활동하고 있다. 비트와 그루브가 중심이 된 연주를 선보이지만 젠 훵크라는 표현처럼 일본의 선(禪) 사상이 녹아 있다'

나한테는 콜랑 발롱 트리오보다는 좀 쉬웠던 재즈였다. 음악과 조명의 조화가 꽤 멋있었던 공연.

'닉 베르취's 로닌' 공연이 끝났지만,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노을

노을이 사리지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 번째 팀, '파블로 지글러 트리오(Pablo Ziegler Trio)'의 공연!

''피아졸라 사후 현대 탱고를 계승하는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는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는 기타리스트 Quique Sinesi의 듀오에 반도네온 연주자 Walter Castro가 게스트로 참여한 2003년 앨범 [Bajo Cero]에서 탱고와 재즈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연주자는 2007년 [Buenos Aires Report], 2015년 [Desperate Dance]를 통해 꾸준히 듀오와 트리오를 넘나드는 재즈 탱고의 매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처음 본 트리오지만 탱고와 재즈를 결합한 밴드라는 말에 꽤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굉장히 매력적인 재즈 탱고를 연주했다. 특히나, 위에서 소개한 두 아티스트들도 완벽에 가까운 연주였지만, 파블로 지글러 트리오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듯이 정교하면서도 감정과 열정이 풍부한 음악을 들려줬다. 

결국, 난 파블로 지글러 트리오의 음반 중 [Buenos Aires Report]을 구입해 세 사람 모두에게 싸인을 받았는데, 싸인 받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다. 주최측과 이들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추위에 떨며 40분이나 기다려야 했고, 긴 기다림 끝에 싸인회장에 이들이 왔지만 아티스트 사정으로 50명만 싸인해준다고! 난 간신히 50명 안에 들어 싸인을 받긴 했지만, 내 뒤에 나와 마찬가지로 한참을 기다린 이들은 빈 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다음 페스티벌 때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20:30분쯤 시작된 마지막 팀, '에티엔 음바페 & 더 프로펫츠'의 공연은 파블로 지글러 트리오의 싸인을 기다리며 귀로 먼저 들었다.  

'1964년 카메룬 두알리에서 태어난 에티엔 음바페는 1978년 프랑스로 이주해 클래식 기타와 콘트베이스를 전공했다. 2000년 조 자비눌 신디케이트에 참여했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John McLaughlin & The 4th Deimension의 멤버로 활약 중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트럼펫, 색소폰, 바이올린, 기타 등 7명으로 구성된 에티엠 음바페 & 더 프로펫츠와 함께한 최근작 {How Near How Far]을 선보일 예정이다'

싸인을 받고 왔더니 벌써 두 곡이 끝나 뒤였다.(물로 귀로 듣긴 했지만) 마지막 무대이고, 아티스트가 흑인이다 보니 공연은 굉장히 흥겨웠다. 퓨전 재즈와 락을 넘나드는 듯 한 연주에 페스티벌 관객들은 큰 호응을 보냈다. 다만, 아쉬웠던 것 한 가지는 밤 9시가 넘어가니 집에 가는 길이 부담돼 9시 30분쯤 일어설 수 밖에 없었던 것..(우리 말고도 많은 이들이 마지막 공연을 보다 일어섰다.) 다음에 또 온다면 1박 2일권을 사 자라섬에서 하룻밤 캠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