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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카사네 근처에 있는 'Chobe Safari Lodge’로 갔으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는데..  카사네에서 50여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우리가 하룻밤 머물렀던 캠핑 사이트는 사파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사파리 투어를 하고 싶다는 질문에 캠핑 사이트 주인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우리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으니 말 다 했지. 밤새 내린 폭우에 잠을 설친, 무척 피곤했던 우리는 질문에 대답 못 하는 주인을 보며 망연자실 기운이 쭉 빠졌는데, 그 때 주인이 뭔가 생각난 듯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차량으로 충분히 사파리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

 이게 무슨 말이야? 쉽게 이해할 수가 없어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초베 국립 공원에서 사파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 관광객들이 4~5명 이상 함께 짚차를 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사파리 투어가 있고,  또 하나는 너희들처럼 캠핑카를 직접 모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개인 게임 드라이브가 있어. 국립 공원 입구에서 소정의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지’

  주인은 요런 것도 있지롱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한 뒤,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즐겨봐’라고 했다.

 '그래 까짓 것 즐겨보지 뭐. 나미비아에서 죽을 뻔한 위기도 두 번이나 넘겼는데, 가이드 없이 야생 동물 만나보자' 우리는 다부진 결심을 하고 캠핑 사이트를 나섰는데, 문제는 예상치 못 했던 발생했다. 바로 돈! 전 날 환전을 넉넉하지 않게 한 게 화근이었다. 우리가 가진 돈은 초베 국립 공원 개인 게임 드라이브 입장료 액수보다 조금 모자랐다. 카사네까지 가 환전하고 돌아올까도 생각해 봤지만 왕복 2시간 정도를 길에 그냥 버려야 했다. 장고 끝에 결국 우리는 카사네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기로 결정하고 초베 국립 공원 문지기 할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사파리 투어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요?'

 '응~ 카사네에 있는 'Chobe Safari Lodge’로 가 봐. 거기가 유명해'

 'Chobe Safari Lodge'는 카사네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숙박 시설은 4성급 호텔 규모고, 사파리 투어를 비롯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구비돼 있어 호텔 로비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초베 사파리 투어를 끝낸 후, 짐바브웨에 넘어가 어떻게 숙소를 잡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사파리 투어를 신청하며 이 문제를 안내인에게 얘기했더니 '걱정마' 그러더니만 빅토리아 폭포쪽 캠핑 사이트를 알아봐 준 후 예약까지 해줬다. (역시 서비스 좋은 곳에 왔더니.. 이런 혜택을 누릴 수가..ㅠ)

이렇게 짐바브웨 숙소 예약까지 끝내놓고 보니 마음이 편해져 우리는 모터 보트 사파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본 이름 모를 도마뱀

오카방고 델타에서도 봤던 리추에들

크기는 2m 정도 돼 보였지만 언제 봐도 위협적인 악어. 경험 많은 가이드가 옆에서 계속 악어 얼굴을 클로즈 업해 찍어야 무서워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여러 장 찍어봤는데.. 찍은 걸 보니 가이드 말만큼 무섭게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뭐, 악어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귀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파리 관광 제1의 경계 동물 하마.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저 엄청나게 큰 입으로 물어버린다고 한다.(하마의 턱은 통나무배를 치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강하고, 이빨은 알루미늄 보트에 구멍을 낼 정도) 특히, 새끼가 귀엽다고 가까기 다가갈 경우 100% 공격하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져 관광객이 죽은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이건 초베 국립 공원뿐 아니라 아프리카 다른 공원도 마찬가지) 그런 말을 듣고 하마가 박진감 넘치게 싸우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좌악~

소간지? 아니 버펄로간지!! 사파리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동물 5종-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버펄로-을 'Big5'라고 하는데.. 드디어! 그 'Big5' 중 하나인 버펄로를 이 모터 보트 사파리에서 봤다. (에효~ 코뿔소, 코끼리, 버펄로까지는 다 봤는데, 사자, 표범은 앞으로 언제 직접 보게 될 지..) 조용히 앉아 있던 버펄로. 정말 간지나게 잘 생겼다. 그치만, 우리가 다가가자 슬쩍 자리를 피해 버렸다. 

그래도 한 번 더 보기 위해 다가가자, 갑자기 일어서서 우리를 위협하던 녀석. 그렇지만, 우리가 보트를 조금 빼 거리를 두자 금새 경계를 거뒀다.

하마는 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풀을 뜯기 위해 땅 위에 올라온 하마떼. 그 중 어미와 새끼의 다정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모여 풀을 뜯는 버펄로. 내가 사진을 찍자 놀란 녀석이 한 번 나를 쳐다봤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음에도 날 본 걸 보면 아무래도, 사자 같은 육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되니 경계 능력이 굉장히 발달된 듯 보였다.  

바람을 맞으며 저렇게 서 있는 걸 보니 이 넓은 초베 국립 공원에서 버펄로들이 평화롭게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카사네 주유소에서도 봤지만, 역시나 야생에서 보니 더 반가웠던 아프리칸 멧돼지.

하마의 하품? 이 모습을 계속 찍었더니, 하품을 다한 뒤 쑥스러운 듯 우리를 한 번 쳐다보고 초원으로 슥 사라졌다